오늘의 묵상
선택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이른바 ‘결정 장애’를 겪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명확했던 과거 ‘규율 사회’에서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해도 되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 해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이른 바 ‘긍정성의 과잉’이 ‘결정 장애’를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이를 ‘피로 사회’가 겪는 병리학적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내 선택이 삶의 궁극적 가치와 맞닿을 때 인간은 그 결과와 상관없이 자유롭지만, 강요된 선택이거나, 허영과 공명심에 이끌린 선택의 경우, 일이 잘못되면 후회와 자책에서 벗어날 수 없고,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동경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을 따라나서고자 하는 다양한 이들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을 수행하던 제자들은 일행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마리아인들을 저주합니다. 자신들의 신념만이 최고라고 믿는 배타적 태도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명예와 안정이 보장되어 있는 길이 아닌,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는 고독한 여정입니다.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섬기면서도 죽은 이들 속에 머물려는 이들,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에 혈연과 인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보입니다. 엘리사가 엘리야를 따라 나선 모습과 사뭇 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선택하고 후회하는 자유가 아니라,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삶의 궁극적 목표인 하느님 나라를 향한 초월적 자유를 원하십니다. 그래야 예수님의 자유가 무엇인지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황 주일인 오늘은 예수님의 자유를 품고 사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면 좋겠습니다.(출저:https://maria.catholi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