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초기 교회 공동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신자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땅이나 집을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팔아서 ……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곤 하였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소유를 영원한 가치로 삼지 않은 초기 신자들의 마음에는, 세상의 행복의 가치를 다른 눈으로 보게 해 주신 예수님의 말씀이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신앙 공동체 안에서도 인간적인 약점은 언제나 드러납니 분배가 공정하지 못하자 사람들은 이내 불평을 터뜨렸는데, 믿는 이들도 팔이 안으로 굽는 인간적인 편견에 사로잡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려고 일곱 부제를 뽑고 그들에게 식탁 봉사의 직무를 맡겼습니다. 영적 교회와 제도 교회의 양면성이 엿보입니다.
교회는 성령의 은사로 세워진 그리스도의 몸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공동체 질서를 유지할 사회적 제도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제도가 영적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디딤돌이 되어야 하는데, 역사 속에서 제도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쓸모없는 돌멩이 같은 우리 존재를 하느님께서는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는 살아 있는 돌로 만드신다고 고백합니다. 믿음은 인간적인 나약함을 “모퉁이의 머릿돌”로 만들지만, 불신은 사람들을 편견과 오해의 걸림돌이 되게 합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께서 내 인생에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게 하려면, 내 인간적인 약점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수련이 필요합니다. 내가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은 예수님처럼 아버지의 뜻에 자신을 맡기는 겸손의 용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송용민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