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고대 중국에서는 천자(天子)가 공을 세운 제후들에게 베푸는 아홉 가지 특전이 있었는데, 이를 통하여 제후의 권위를 드러냈다고 합니다.
첫째 금수레를 타는 것, 둘째 면류관을 쓰고 곤룡포를 입는 것, 셋째 옷깃에 옥을 달아 움직일 때마다 아름다운 소리가 나게 하는 것, 넷째 거처하는 집에 붉은 칠을 하는 것, 다섯째 천자가 거처하는 궁에 신을 신고 출입하는 것, 여섯째 삼백 명의 특별 친위대를 거느리는 것, 일곱째 금도끼, 은도끼를 들어 왕의 의장을 갖추는 것, 여덟째 붉은 활 한 벌에 화살 열 대, 검은 활 열 벌에 화살 천 대를 가지고 있는 것, 마지막으로 아홉째 검은 수수로 빚은 향기로운 술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구석’(九錫)이라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께서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이스라엘 군중에게 임금이셨습니다. 중국의 제후처럼 ‘구석’을 온전히 갖추시지는 못하셨지만, 금수레 대신 어린 나귀를 타고 입성하십니다.
오늘부터 성주간이 시작됩니다. 그때처럼 지금 우리도 나뭇가지를 들고 행렬을 합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님의 행렬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환호하는 것입니까?
고통을 이겨 내는 유일한 방법은 고통에 담긴 의미를 깨닫는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고통은 희망과 한 몸처럼 엮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통 없이는 참희망이 없으며, 희망 없이는 어떤 고통도 이겨 낼 수 없습니다. 이 거룩한 주간에 십자가에서 고통을 겪으시고 죽임을 당하신 예수님께서 죄 많은 우리를 위하여 “영광의 희망”(콜로 1,27)이 되셨음을 묵상해야 합니다.
(박기석 사도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