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요한 복음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수많은 기적 가운데서 공관 복음이 전하지 않는 일곱 가지 기적을 ‘표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전하는데,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기적이 첫 번째 표징입니다.
호세아와 예레미야 예언자 시대를 거치면서,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남편’으로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이 남편이신 하느님께 충실치 않았고 그래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버리셨다고 선언하지만, 끝없이 이스라엘을 사랑하시는 그분께서 언젠가 다시 사랑을 베풀어 주시리라고 약속합니다. 이사야서 62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소박맞은 여인, 버림받은 여인’이 되었던 예루살렘이 다시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여인, 혼인한 여인’이 되리라고 선포합니다.
혼인 잔치는 그렇게 하느님께서 다시 이스라엘을 아껴 주시는 구원의 때를 암시합니다. 그래서 복음서도 예수님을 밤중에 신부를 찾아오시는 신랑으로(마태 25,1-13 참조), 하느님 나라를 혼인 잔치로 비유합니다(마태 22,1-14 참조).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셨다는 것은, 이제 바야흐로 구원의 때가 다가왔음을 뜻하는데,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고 말씀하십니다(요한 2,4).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가 바로 그 ‘때’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카나의 혼인 잔치의 기적은 이 기다림을 완성하실 분이 이미 와 계심을 보여 주는 ‘표징’입니다. 머지않아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심으로써 이제는 포도주가 아닌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주실 때, 이 표징이 뜻하는 바가 성취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이 미사는, 이 혼인 잔치의 표징이 이미 완성되었음을 기념하는 거룩한 잔치입니다. 또한 그분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맹물같이 보잘것없는 우리 인생이, 포도주 같이 값진 인생으로 변모되었습니다.
(출저: https://maria.catholi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