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아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첫 출근을 하던 아침을 기억하십니까? 그날 하루는 기쁨과 감사가 넘쳐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마음이 얼마만큼 남아 있습니까?
사제 서품 후 첫 미사 때, 새 사제들의 인사말 내용을 살펴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글이 있습니다. 그것은 “부족한 저를 불러 주셔서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감사 인사입니다. 진솔한 표현이기에 잔잔한 전율도 전해 오지만, 이런 인사를 들을 때마다, 저 마음만 잃지 않으면 충분하리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5년, 10년, 20년이 지났을 때에는, 과연 어떨까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예언자들과 사도들은 자신들의 부족함을 정말로 깨달았습니다. 이사야는 가까이할 수도, 범접할 수도 없이 거룩하신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죄스러움을 느꼈고, 바오로 사도는 박해자였던 자신의 과오를 명백히 알고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기적을 보고는 자신이 그분과 함께하기에 부당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들은 모두, 나같이 능력 있는 사람이 일을 도와 드리고 있으니 하느님께서 나에게 고마워하셔야 한다거나 내가 도와준 사람들이 나에게 보답해야 한다고는 감히 생각하지도,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대로, 자신들이 무엇인가 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있는 하느님의 은총이 한 것”임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잘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당신의 제자로 삼으시거나 가까이하지 않으시고 칠삭둥이라고 자처하는 겸손한 이들을 찾으시는 모양입니다.
오늘날 복음 선포자에게 가장 절실한 덕목 가운데 하나는, 베드로 사도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신뢰하면서 의탁하는 겸손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출저:https://maria.catholi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