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회개하지 않으면 종말에 심판받을 것임을 경고하는 복음 말씀을 듣고 있자면 조금 섬뜩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화답송이 노래하듯이 주님께서 자비롭고 너그러운 분이심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우리에게 자비로우신 주님의 모습을 잘 보여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떨기나무 가운데서 불꽃 모양으로 모세를 찾아오십니다. 여기서 떨기나무로 번역된 히브리 말은 ‘서네’입니다. 이 ‘서네’는 광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로 작은 잎이 무성하며, 가지가 매우 얇아 불꽃이 닿기만 해도 금방 타 버릴 것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꼭 이스라엘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서네, 곧 덤불 속에 사시는 주님께서는 바로 이러한 이스라엘과 함께하시는 분, 광야에 사시면서 불모지에서 약한 존재들 사이에 머무시는 분이십니다. ‘시나이’라는 말도 이 낱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신명 33,16도 주님을 직접 ‘서네 속에 사시는 분’이라고 표현합니다.
사실, 이스라엘 민족은 주님께서 자신들과 함께하시지 않는다고 여기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을 덤불처럼 살도록 내버려 두시는 하느님을 원망하곤 하였습니다. 이런 이스라엘에게 하느님께서는 당신이야말로 백성들의 고통을 직접 보고, 들어, 알고 계신 분, 그들 속에 사시는 분이심을 밝히십니다. 그 하느님 이름이 바로 “야훼”, 곧 “있는 나”이십니다. 계시지 않는 어떤 분이 아니라 언제나 그들과 함께 계시는 분이십니다. 늘 우리에게 다가와서 “나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진정으로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간다면 즉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하느님이십니다. (염철호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