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하나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일입니다. 그러나 삶 안에서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우리는 잘 압니다. 서로 사랑해서 하나가 된 부부도 계속 하나가 되어 그 행복을 유지하며 살려면 수많은 수고를 겪고 위기를 극복해야 하지 않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강력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도 수많은 갈등과 질곡을 넘어서야 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서로 다른 위격을 지니시면서도 동일한 본질을 공유하시고, 유일한 실체로서 존재하신다는 삼위일체의 신비는, 우리 그리스도교의 가장 중요한 교리이면서도 인간의 머리로는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신비입니다. 세 분이시면서 동시에 한 분이시라는 존재론적 모순의 논리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삼위일체의 신비는 존재론이나 논리학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끝없는 애정으로 성자를 바라보시고, 성자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을 향해 끓어오르는 사랑으로 보답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분 사이에 흐르는 그 뜨거운 사랑 자체가 바로 성령이시라는 어느 신부님의 설명이, 세 분이 동시에 한 분이라는 이 교리를 가슴으로 느끼게 해 줍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이 가장 뜨거운 신비에 참여하는 행복한 존재입니다. 이로써 우리의 삶 자체가 바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와 사랑에 푹 빠진 기쁨의 잔치가 될 것입니다. (이정주 아우구스티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