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만난 사람들(4)
(형제여 무엇이 보이는가 – 태어나면서 눈먼 사람)
이현주 생활성서사 2001년
삶이 이미 죽음과도 같았던 이들, 날마다 고통과 절망에 허덕이던 사람들! 예수를 만나고 송두리째 인생이 바뀐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절박하게 그를 만나고 싶어하는 우리의 갈증을 대신해 준다.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 그는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해서 소경이 되었던 것이고 이제 눈을 뜨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그 네번째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람이 눈으로 무엇을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몰랐었다. 빛이 어떤 것인지도 나는 몰랐었다. 나는 태어나면서 부터 소경이었다. 그러므로 여느 사람들처럼 보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보며,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처지가 못되었다. 그러나 눈만 멀었을 뿐 다른 데는 모든 성했다. 다리도 튼튼했고 손도, 발도, 입도, 코도 모두 제 구실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이 없으니 언제나 더듬 거려야했고 손은 언제나 허공을 휘저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대로 나는 살아왔다. 이 세상이 처음부터 암흑이었으므로 빛에 대한 그리움이나 아쉬움조차 없었다.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지만 나의 몸에 와 닿지를 않는 빛에 대하여 내가 안타까워 할 이유가 없었다. 나의 몸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둠에 익숙해져 있었고 어둠만이 나의 유일한 세계였기에 그 때문에 불행해지지는 않는다. 성한 눈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가는 뭇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았었다.
사람이 눈으로 무엇을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몰랐었다. 빛이 어떤 것인지도 나는 몰랐었다. 나는 태어나면서 부터 소경이었다. 그러므로 여느 사람들처럼 보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보며,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처지가 못되었다. 그러나 눈만 멀었을 뿐 다른 데는 모든 성했다. 다리도 튼튼했고 손도, 발도, 입도, 코도 모두 제 구실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이 없으니 언제나 더듬 거려야했고 손은 언제나 허공을 휘저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대로 나는 살아왔다. 이 세상이 처음부터 암흑이었으므로 빛에 대한 그리움이나 아쉬움조차 없었다.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지만 나의 몸에 와 닿지를 않는 빛에 대하여 내가 안타까워 할 이유가 없었다. 나의 몸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둠에 익숙해져 있었고 어둠만이 나의 유일한 세계였기에 그 때문에 불행해지지는 않는다. 성한 눈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가는 뭇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나를 비참 덩어리인양 대했다. 부모들은 나를 측은하게 여기다가 지겨워 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그들의 죄 탓으로 소경이 되었다는 소리가 들여왔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내가 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어디까지나 내 죄 때문이지, 어째서 내 부모의 죄 때문이겠냐는 소리도 있었다. 그들은 내가 비참하다고 여기지도 않는 나의 삶을 비참한 삶으로 보고 있었다
왜 남들은 보는 하늘을 나는 보지 못하는가? 왜 남들은 보는 꽂과 나비와 새들을 나는 보지 못하는가? 그것은 나에게는 헤어날 수 없는 아픔이요 슬픔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것은 내 몸에 체질화 되어 앙금처럼 가라 앉았고 그래서 마침내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그것은 흡사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문둥이의 문드러진 손가락 같은 것이었다. 나를 낳아준 부모를 포함하여 모두는 나를 볼적마다 도대체 저 비참덩어리가 어떻게 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를 궁금하게 여기고, 저건 부모의 죄값이다 또는 자신의 죄값이다 하며 한치도 나아가지 않는 끝없는 논쟁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분이 내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분을 나에 대한 논쟁 속으로 끌어들였다. “랍비, 저 사람이 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누구의 죄입니까? 자기 죄입니까? 아니면 그 부모의 죄입니까?” 나는 호기심으로 귀를 기울였다. 나의 비참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 뿌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뭔가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가 나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막연한 기대였을 뿐이다. 나는 이미 자신의 어둠에 충분히 익숙해 있었고 거기서 꼭 탈출해야겠다는 의지는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정직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그 랍비가 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었으니 나는 그가 무슨 말로 대답을 할지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 “이 사람이 나면서부터 소경인 것은 자기 죄 탓도, 부모의 죄 탓도 아닙니다.” 아니? 이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놀랄 사이도 없이 그의 말은 계속되었다. “다만 이 사람한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그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나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느낌만으로도 그것은 크고 힘센 손이었다.
나의 이 비참이 무엇을 ‘위한’것이라니? 무엇 ‘때문에’ 빚어진 비참이 아니라, 무엇을 ‘위하여’ 마련된 비참이라니? 그렇다면 나의 인생에도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나의 이 비참한 삶이 무엇의 ‘결과’가 아니라 무엇의 ‘목적’이란 말인가? 나도 무엇에 쓰일 데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무엇이 바로 하느님이라니? 그의 영광이라니? 생각이 이에 미치는 순간 나의 눈에서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나의 ‘순수’였다.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때 그는 나의 눈에 차가운 것을 발라 주었다. 자기의 침으로 반죽한 진흙이었다. 이어서 ＂형제여 오랫동안 견뎌왔소. 이제 눈을 뜨시오. 이 길로 실로암 못으로 가서 그 물에 눈을 씻으시오. 형제여, 눈을 덮고 있던 어둠이 씻겨나갈 것이오. 어서 가시오!＂ 나는 허둥지둥 실로암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물에 눈을 씻자 과연 내 눈을 덮고 있던 어둠이 벗겨지고 가볍게 떨고 있는 눈꺼플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어둠속에 갇혀 있던 나의 세계에 빛이 들어오자 그것은 곧 나에게 허락된 ‘천지창조’가 되었다. 나의 눈이 열린 것이 아니라 ‘세계’가 나에게 열린 것이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들려오는 모든 소리들이 나에게는 새로운 소리였고 실로암을 내려보니 수천 수만개의 햇빛 조각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몰려들었다. 그러나 나에게 새로워진 세계가 그들 한테는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여전히 ‘낡은 세계’였다. 다만 한 가지, 그들의 눈에 띈 것은 소경이었던 한 거지가 눈을 뜨게 된 ‘기적 사실’ 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보아오던 이 세상에서는 기적 또한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들한테는 나에게 ‘새로워진 세계’가 달라진 것이 없는 여전히 ‘낡은 세계’였다.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온 세상을 비추어 준 저 밝은 빛이 오히려 그들을 눈멀게 하여 저토록 날마다 새로운 세계를 보지 못하게 하고 놀라운 하늘의 기적을 끝내 알아보지 못하게 했던 것일까?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눈을 뜨게 되었소? 자초지종을 말해 보시오.” 하고 캐물었고 나는 더듬거리며 “랍비 한 분이 진흙을 개어 내 눈에 바르시고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하시기에 그대로 했더니 눈이 뜨였어요. 그뿐입니다.” 그러면서 나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나의 눈길과 부딪쳐 불꽃으로 타오르는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바리사이들이 “보시오! 이번에도 역시 그 자의 짓 일게요. 오늘이 안식일인데도 이런 짓을 했으니 그는 틀림없는 죄인이오. 그에게 반드시 죄를 물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죄인이 어찌 이토록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단 말이오? 사람들 말대로 그는 예언자일지도 모르는 일이요.” “그렇지 않아요! 그는 명백하게 모세법을 어긴 죄인이오.” “좀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그렇게 합시다.“ 하고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나를 데리고 어느 건물로 들어갔다. “여기는 회당이다. 하느님의 법을 읽고 가르치는 곳이다. 그러니 우리가 묻는 말에 사실대로 대답해야한다. 네 눈을 뜨게 해 준 사람은 하느님의 법을 어긴 죄인이다. 자네는 그가 죄인임을 증명할 증인일세.”
그분이 죄인이라니? 나의 눈을 뜨게 해준 사람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짐작건데 안식일에 금지된 행위를 했다는 것인데, 안식일이야 또 오겠지만 나에게 찾아온 이 광명은 오늘 오지 않았다면 언제 다시 찾아 올 수 있었단 말인가?
나는 그들에게 분노를 느꼈다. 나를 구경거리로 삼았고, 나의 비참을 논쟁거리로 삼았고, 나의 눈뜸을 구경했고 마침내는 한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기위해 나를 증인으로 삼고자 하는가? 너희는 나의 불행을 함께 슬퍼하지 않았고 나의 하늘같은 기쁨에도 오히려 돌처럼 차갑기만 했다. 지금 나를 둘러싸고서 있는 것들아! 너희가 진정 사람들이냐? 이것이 눈을 뜬 인간들의 모습이라면 차라리 나는 다시 눈을 감으리라!
그때 나는 내 귀를 울리는 그분의 음성을 들었다, 마치 등 뒤에서 속삭이는 것만 같았지만 그분은 보이지 않았다. “형제여, 그대는 어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시오. 아무도 알지 못하던 그대의 아픔과 슬픔으로 이제는 아무도 알지 못 할 하느님의 찬란한 비단을 짜시오. 두려워하지 말고 이제부터 보이는 대로 보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시오. 시간은 우리를 위하여 더디 가 주지 않는 법이라오.”
나는 그들 앞에 당당하게 서서 말했다. “그분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입니다. 이렇게 내 눈알이 그분을 증거합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이 아니라면 결코 이런 일을 이루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화를 내며 나를 회당에서 내쫓았다. “죄를 뒤집어 쓰고 태어난 주제에 감히 우리를 훈계하겠다는 거냐?”
나는 그들의 회당에서 쫓겨나 다시 옛날처럼 길거리의 오가는 구경꾼 틈에 섞여 ‘이제부터 나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분이 내 앞에 나타났다.
“형제여!, 무엇이 보이는가?” 아아, 그 음성! 바로 그 음성이었다. 나는 곧 그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이 보입니다!” 그분이 말씀하셨다. “일어나시오. 형제여, 당신 앞에 서 있는 이는 ‘사람의 아들’이오. 사람의 아들을 믿겠소?”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고 말고요!”
“자! 어서 일어나시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소. 이제 당신은 사람이 무엇을 보는 것이 어떤 건지 알게 되었으니 가서 눈을 뜨고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서 눈으로 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오! 아버지께서도 당신을 보고 기뻐하실 것이오! 샬롬!”
나는 돌아서는 그분을 붙잡고 다시 물었다. “선생님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가르쳐 주십시오.”
“나는 사람의 아들이오. 얼마 안 있어 당신은 십자가에 달린 이 사람의 아들을 보게 될 것이오! 그러나 ‘당신의 눈’은 십자가 위에서 죽음과 함께 찬란한 ‘생명’도 보게 될 것이오!
당신의 눈은 그것을 볼 수 있도록 열린 것이외다! 형제여”
예수님을 만나 눈을 뜨게 된 소경은 그후에 어떤 삶을 살았을까? 자유롭게 상상해 보십시요.
나에게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러한 체험이 있으신가요?
오늘날 우리를 ‘앞 못보게 하는’ 하는 것 중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치유’와 ‘구원’을 위해서는 와서(come) – 보고(see) – 따르는(Follow)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 어디쯤 와있을까요?
살아오면서 내가 지니고 있던 ‘단점’과 ‘장애’가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하기 위한 것’ 이였을 수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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